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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남의 ‘다자녀가정’ 자녀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니 |
2011학년도 서울지역 자사고와 외고 등 33곳의 입학전형을 분석한 결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합격자 2199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은 918명에 그쳤다고 한다. 반면 비경제적 대상자가 128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으로 추정되는 ‘다자녀가정’ 자녀의 합격률(46.7%)이 저소득층 학생 비율(41.7%)을 뛰어넘는 것으로 드러나 이 제도의 악용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다자녀가정 출신의 합격 비율이 높은 곳은 주로 서울의 강남·서초·강동·양천구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의 학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고의 경우 전체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합격자 91명 가운데 75명이, 서초구 반포동 세화여고는 84명 가운데 61명이 다자녀가정 출신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를 수 있을 만큼 상당한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계층에서 이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활용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사회·경제적 소외계층 자녀들에 대한 교육기회를 넓히기 위해 도입된 매우 의미있는 제도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그동안 제도 악용과 편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지역 자사고 입시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의 무더기 편법 입학 사실이 드러나 132명의 합격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과부는 지난해 8월 선발 기준과 절차 등을 강화하면서 “개선안이 시행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으나 헛된 호언장담에 그쳤던 셈이다.
교육당국이 왜 다자녀가정 출신을 굳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넣었는지도 의문이다. 출산장려 효과는 둘째 치고 무엇보다 이 제도의 애초 취지와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규정은 경제형편이 어려운 학생 선발을 꺼리는 학교 쪽과, 자녀들의 좋은 학교 진학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가 짝짜꿍이 되도록 멍석만 깔아놓은 셈이다. 비경제적 대상자 중에서도 다자녀가정을 제외하고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인 자녀 등은 거의 합격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 제도가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를 잘 보여준다. 교육당국이 언제까지 ‘무늬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계속할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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