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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공항 문제, 통절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국토해양부 입지평가단이 그동안의 용역 결과를 평가하고자 어제부터 합숙에 들어갔다고 하나 결론은 이미 내놓고 여론 무마용 요식행위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 거세지는 영남권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내일 최종 결론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태의 매듭이 아니라, 새로운 충돌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혼란이 커진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렇다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적 타당성 검토, 실행 계획 입안 등의 절차를 밟아나갔어야 했다. 대형 국책사업 공약인 만큼 청와대가 총괄 책임을 지고 이행 진도를 관리하는 게 마땅했다.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면 일찌감치 국민들한테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사업을 철회 혹은 수정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조처를 대부분 방기했다. 눈치보기,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다가 입지 결정 시점을 몇차례 연기한 게 고작이었다.
지금 와서 청와대는 동남권 신공항을 정치 문제로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과 관련 정치인들의 행태를 탓한다. 물론 부산권과 비부산권으로 맞선 갈등에는 지역이기주의적 요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가 지역이기주의 운운한다면 소도 웃을 일이다. 지역개발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은 바로 이 정권이고, 나아가 그동안 차일피일 문제 해결을 미루고,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정치적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도 이 정부였다.
대형 국정과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무책임한 자세를 보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전임 정부에서부터 추진되던 세종시를 억지로 수정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갈등과 사회적 낭비를 초래했으나 이에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 공약을 흔든 것도 대통령 자신이다.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내일 국토해양부 최종 발표에는 신공항 백지화와 약간의 보완조처가 담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온 나라를 싸움판으로 만들고 막대한 국력이 낭비되도록 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조처가 따라야 한다. 대통령은 나서서, 통절한 사과는 물론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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