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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지도층의 남루한 초상, 정운찬의 복귀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사퇴 소동을 벌이다가 결국 위원장직을 계속 맡겠다고 밝혔다. 소동의 불씨였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강한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의 동반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서 사퇴를 번복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의 복귀로 일단 ‘사퇴 소동’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동반성장 전략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간의 오락가락 행보로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계층·집단끼리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요컨대 위원회와 위원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지금까지 사퇴 소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는 정 위원장의 전매특허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 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으며, 참여정부에서 좀더 정교해진 성장전략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을 펴면서 동반성장의 기반은 더 허약해졌다. 대기업의 영토 확장을 위한 규제완화를 무분별하게 추진했고, 무엇보다 마구잡이 감세로 재정 기반이 취약해져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처럼 동반성장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정책에 대해 전직 총리로서 또는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그가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 위원장은 한때 중도개혁적인 경제학자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케인스주의자로 꼽혔다. 케인스주의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 기조는 이와 정반대다. 이를 되돌려 놓으려면 정 위원장이 경제학자로서 지니고 있던 초심으로 돌아가 정부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고 정면으로 비판하며 견인해야 옳다. 자리에 연연하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기 십상이다. 정 위원장이 진정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대통령 한마디에 오락가락하지 말고 정부에 고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못할 거면 차라리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그만두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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