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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방개혁’, 입 틀어막고 밀어붙일 일 아니다 |
청와대와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 군제 개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해·공군 중심인 예비역 장성들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국방개혁 307계획’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307계획은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이 군령권과 군정권을 함께 행사하도록 하고,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며, 장성 수를 15%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307계획은 내용에 앞서 입안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가동했지만 실제 논의에는 위원회 안팎의 소수 관련자들만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방개혁 2020’ 계획을 만들 때 여러 차례 열었던 공청회가 이번에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군정권·군령권 일원화, 합동성 강화 등의 내용은 딱히 군사기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되레 활발한 토론을 거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몇몇 관련자들만이 논의를 독점하던 끝에 계획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까지 받아내기에 이르렀으니, 양식 있는 인사들 사이에 우려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터에 그제 청와대 핵심 참모는 “국방개혁을 방해하려는 현역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옷을 벗길 것”이라는 극언을 내뱉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부인하고 나섰지만, 예비역 장성들의 뒤에 뜻을 같이하는 현역 장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들을 항명분자로 찍어내겠다는 위협으로 들린다. 군제 개편은 예비역, 현역을 가릴 것 없이 폭넓게 참여해 토론함으로써 최적의 방안을 찾을 문제다. 그런 사안을 두고 항명 운운하며 입을 틀어막겠다는 건 전혀 소통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자신들만이 개혁세력을 자처하고, 정책 사안에 견해를 표출하려는 다수 장교들을 개혁 방해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독선적 태도는 지극히 위험하다. 군의 단결과 전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해·공군 쪽 주장에 직역 이기주의가 끼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307계획에는 육군 중심주의가 득세하고 해·공군의 목소리가 위축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것은 해·공군 구실이 날로 강화되는 현대전 추세와도 어긋난다.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307계획에 대해 열린 토론을 허용함으로써 문제점을 충분히 걸러내기 바란다. 건전한 양식을 갖춘 다수 장교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기고 있는 청와대 참모는 즉각 문책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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