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다국적군, 리비아 ‘내정 관여’는 안 된다 |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 나라들이 리비아의 반카다피 세력한테 무장지원을 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이 내정 관여로까지 빗나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그제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군사개입국 회의에서 “(리비아에 대한) 무기 금수 규정이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다국적군을 주도하는 서방 나라들은 공습만으로 군사개입의 목적을 조기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지원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7일 통과된 유엔 결의안 1973호는 “리비아 안의 누구에게도 무기(제공)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이것은 카다피 쪽과 반카다피 쪽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쟁 당사자한테 적용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서방 나라들의 행동은 유엔 결의안 1973호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서방 나라들이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려면 반군과 공식적으로 접촉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제사회가 반군의 정치적 대표성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리비아를 대표하는 정부는 리비아 국민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원칙과 충돌한다. 서방 나라들이 리비아 주권을 훼손하고 그 나라 내정에 관여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서방 나라들은 군사개입 목적 달성을 위한 현실적 불가피성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민주화 시위를 벌인 자국민을 무차별 살육한 카다피 정권은 결코 옹호받을 수 없다. 하지만 서방 나라들이 택하는 방식으로 리비아 민주화를 조기에 이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슬람권의 반서방 정서를 자극해 역풍을 부를 가능성도 있는 까닭이다. 리비아가 제2의 이라크,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 지역에서 미국 등이 단기적으로 군사적 승리를 거뒀지만 결국 장기간의 혼란과 내전으로 이어졌음을 되새겨볼 때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