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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일재산 환수, 대법원이 전향적으로 판결해야 |
헌법재판소가 어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재산귀속법)의 친일재산 국가귀속 관련 조항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런 판단은 3·1운동 정신과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춰 당연한 결정이다.
헌재는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당한 친일행위자의 후손 64명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소급입법이라도 국민이 이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며 친일재산을 국가소유로 하도록 한 ‘귀속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해방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뒤여서 친일재산 여부를 국가가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을 인정해 러일전쟁 이후 해방 때까지 친일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으로 추정하는 ‘추정조항’도 합헌이라고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일제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하거나 고위 관직을 받은 경우 그 지위는 친일재산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때 취득한 재산은 친일재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 부분이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유사 사건에서 진상규명법의 자구에 얽매여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돼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시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에 후작 작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친일단체 고위간부를 맡아 총독에게 국방헌금까지 전달하는 등 뚜렷한 친일행위를 한 이해승의 후손이 낸 국가귀속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사건 실체에 대한 심리도 않은 채 서울고법의 원고 승소 판결을 그대로 확정해버렸다. 진상규명법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이해승의 작위가 한일합병에 기여한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으니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없다고 한 고법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현재 친일파 재산의 국가귀속을 둘러싸고 진행중인 소송은 모두 67건이고 13건이 대법원에 가 있다. 대법원이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앞으로 친일재산 환수작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대법원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친일재산 소송에서 심리 불속행으로 기각하는 일 없이, 실체에 대해 제대로 심리를 해야 한다. 필요하면 전원합의체를 열어서라도 친일재산 환수의 역사적 의미와 국민들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판례를 남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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