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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01 19:07 수정 : 2011.04.01 19:07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회견의 전반적인 기조는 사과나 반성보다는 오히려 ‘국익을 위한 책임 있는 지도자의 결단’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잇따른 공약 파기에 따른 신뢰 상실이나 국정운영의 난맥상 등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회견의 분위기도 자기확신과 자신만만함으로 넘쳤다.

이날 회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의 신공항 추진 약속에 대해서는 어떤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간 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에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늘길이 열려야 한다”(2008년 5월), “수도권에 대응하는 제2경제권을 위해서는 신공항 건설이 필수적”(2009년 10월) 등의 발언으로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후보 시절 공약과는 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국토연구원의 2차 평가용역 결과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뒤에도 이런 약속을 했다. 국정운영 최고책임자로서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이 넘어갔다.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는 책임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바꿔 말하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과 똑같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그동안의 정부 행보를 결코 ‘난맥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온나라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신공항 백지화의 파문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자기중심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사고는 회견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 탈당 요구나 박근혜 의원의 엊그제 대구 발언 등에 대해 “화난 사람들이 하는 말” “지역구인 고향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한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무성의하게 답변한 것도 과연 여권 내홍을 가라앉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결국 이 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 논리만을 강요하는 오만한 정치행태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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