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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지막 경고등’이 켜진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삶 |
2009년 5월 파업 이후 쌍용자동차에서 구조조정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쌍용차에서 해고됐거나 ‘1년 뒤 복직’을 약속받고 무급휴직을 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그동안 종종 알려진 바 있지만, 이번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다.
녹색병원 등이 지난달 구조조정 노동자 193명을 조사해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52.3%이고,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을 보인 사람이 80.0%였다고 한다.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은 파업이 끝난 2009년 8월의 71.1%보다 더 높은 수치다. 거의 전부인 95.9%가 부부관계가 나빠졌다고 밝혔으며, 구조조정 후 평균 수입은 82만2800원으로 해고 전보다 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조정 노동자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파업사태 이후 지금까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등 13명이 돌연사하거나 자살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이들의 처지는 2년 동안 사회적 외면 속에서 추락을 거듭했다. 무급휴직자 462명은 약속한 1년이 훌쩍 지났지만 복직을 기약할 수 없고, 퇴직·해직자들은 쌍용차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재취업이 어려워 임시직, 일용직으로 떠돌고 있다. 이들의 건강 악화와 경제적 불안 등에 대처할 사회적 안전망도 없었다. 쌍용차 노동자의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다.
더이상 이들이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마지막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07년 유럽연합 고용사회기회균등위원회는 구조조정 때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좀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하며, 둘째 양질의 교육과 사회의 보호, 건강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고, 셋째 사회적인 연대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만 따르면 된다. 우선 쌍용차는 무급휴직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복직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쌍용차, 보험사 등이 파업에 대한 민사책임을 묻겠다며 쌍용차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235억여원의 손해배상·가압류 청구 소송도 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긴급 생활자금 지원과 일자리 알선·교육, 가족들까지 포함한 건강 회복 프로그램 등이 시급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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