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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상률 수사’에 검찰 명운 달렸다 |
검찰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처리를 놓고 진통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한씨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정권 핵심부 관련 의혹의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그림로비 등 개인 비리에 수사를 집중했으나 이마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대로 끝난다면 ‘면피 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수사를 지휘한 서울지검 등 검찰 수뇌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한씨가 입국한 지 2주일이 되도록 수사의 기본인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안원구 국세청 전 국장과 한씨의 대질조사도 미루다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추적과 대질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뇌부가 수사팀을 독려하기는커녕 사실상 이를 방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적잖다.
한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단초가 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 등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풀 열쇠를 쥔 핵심 인물이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정권 차원에서 한씨를 함부로 손댈 수 없을 것이라거나 이면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나돌았는데, 결국 선처한다면 이런 소문을 부인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미국 도피 중에 대기업 등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억원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그 배후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다면 수사팀의 무능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편파왜곡 수사로 지탄받아온 일련의 사건들과도 성격을 달리한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형 등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선 벌써 ‘한상률 특검’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이 지검 수사팀을 보강해서라도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다면 또다시 재수사와 특검의 굴욕을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검찰 주변에서 이 사건 처리 결과와 차기 검찰총장 인사를 연결짓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권인데다 마침 국회에서까지 중수부 폐지 등 사법개혁안을 논의중인 시점이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이 이 사건 처리에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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