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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06 20:42 수정 : 2011.04.06 20:42

씁쓸한 기름값 소동이었다. 정부가 민관 합동 티에프(T/F)를 만들어 기름값을 손보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결과는 보잘것이 없다. 대신 정유사를 윽박질러 울며 겨자 먹기로 기름값을 한시적으로 낮추도록 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티에프를 꾸려서 법석을 떨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낯뜨거운 구태를 보인 것이다.

정부가 어제 물가안정 대책의 하나로 석유가격 티에프를 꾸린 지 77일 만에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주요 대책으로 제시한 정유사 폴 주유소의 혼합판매 허용, 석유제품 거래시장 개설 등은 전에도 시도했던 것들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관심을 모았던 기름값의 비대칭성 문제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놓는 데 그쳤다. 국제 유가에 비해 국내 유가가 오를 땐 더 오르고 내릴 땐 덜 내린다는 비대칭성 지적에 대해, 비대칭성은 발견되나 폭리를 취했다거나 짬짜미의 결과라고 볼 순 없다고 했다. 기름값 왜곡 요인으로 지목해온 비대칭성을 사실상 사면해주면서도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더욱 혼란스럽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시차 때문에 따지기가 쉽진 않겠지만 비대칭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해소해야 마땅하다. 석유시장의 경쟁 촉진과 시장 감시 강화는 당장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올 들어 원유 수입이 늘어나 1분기 석유 관련 세금이 지난해보다 1조원가량 더 걷혔다고 한다. 서민 생계를 걱정한다면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유류세를 낮추는 게 합당하다. 김황식 총리도 국회 답변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휘발유값의 절반이 세금이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적지 않다. 유류세의 근간인 교통세는 탄력세율이 적용돼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내릴 수 있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던 2008년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10% 인하한 적이 있다.

기름값을 내리겠다고 한 정유사는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기업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물가 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어설픈 예단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기름값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한술 더 떠 주무장관이 “정유사들은 정부에 최소한 성의 표시는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니 도대체 이 정부의 정책 운용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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