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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만 혼란에 빠뜨릴 부실 교과서 추진 중단해야 |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엔 부실 교과서로 학교를 혼란에 빠뜨릴 모양이다. 2014년에 적용하려던 개정 교과서를 1년 앞당겨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둘러대지만, 출판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검토중’이라는 표현은 교과서 졸속 개정의 심각성에 그들도 동의한다는 표시로 읽힐 뿐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뜻에 따른 이 방침은 새 교과서의 집필·제작에서 학교 적용까지 6개월 남짓만 허용한다. 교과부가 밝힌 개략적인 일정(안)을 보면, 오는 8월 말 교과서 검정 실시 공고를 하고 신청 접수는 내년 3~4월로 되어 있다. 접수 후 거쳐야 하는, 심사 및 수정, 적격 교과서 최종 확정, 전시본 제작 및 채택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심사본 접수를 더 늦출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시험본 제작에 최소 1년 반의 기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출판사들이 지금부터 새 교과서 준비에 들어갈 수도 없다. 교과부의 집필 지침 등이 나와야 하는데, 지침은 검정 공고 때나 제시된다. 8월 말 공고가 나오고서야 출판사는 필자 선정, 내용 집필, 편집자 검토, 책 디자인, 사진 삽화 작업, 조판, 교정, 내용 검토 협의, 2~3차례의 시험본 제작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둘러 제작되고, 또 채택된다고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새 교과서가 채택되면 그에 따른 교사 재교육, 기자재 교체, 실험본 투입 적용 실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새 교과서 적용 시점의 불일치 문제를 핑계로 댄다. 하지만 그건 문제만 키울 뿐이다. 제공자도 바로 이 정부다. 교육과정 개정은 보통 5년 단위로 하는데, 이 정부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을 불과 2년 만에 바꿔버렸다. 전임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부정하고 뒤집은 결과였다. 게다가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총론만 내놨지 각론을 제시하지 않아, 불일치는 피할 수 없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게 지금의 형국이다. 그렇다고 부실 교과서로 문제를 더 키울 순 없다.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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