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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대통령의 혈관에는 ‘TK 피’만 흐른다니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대구·경북(TK)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피는 대구·경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들끓고 있는 이 지역 민심을 달래는 과정에서 “대통령은 대구·경북을 사랑한다”며 한 말이다. 참으로 듣기 민망하고 씁쓸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혈관에는 한 지역의 피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피가 흘러야 함은 상식에 속한다. 더욱이 망국적인 지역주의 타파를 과제로 안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고향에 초연한 대통령’의 존재는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이 의원은 이런 문제의 중요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발언의 의도나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 고향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끼리 얘긴데’라며 가볍게 던진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더욱 심각해진 지역 갈등과 대립에 기름을 끼얹는 경박하고 경솔한 발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고향이니 애향심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정신구조부터가 문제다.
이 의원의 발언 중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국가예산 편중지원 사실을 밝힌 대목이다. 이 의원은 “2007년 몇천억원 수준이던 국고지원이 올해 대구는 4조원에 가깝고, 경북은 8조원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자랑삼아 한 말이겠지만 그 증액 규모가 충격적이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 이후 ‘형님예산 챙기기’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편중지원 문제도 크게 부각됐으나 이 정도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 당시 이 의원 쪽은 예산 편중에 대해 “과거 정권 때 시작된 계속사업”이니 하면서 항변했지만 이날 발언으로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의원이 밝힌 국고지원의 파격적 증액 문제는 앞으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 집권 이후 인사와 재정 등 모든 면에서 대구·경북지역의 독주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정권 핵심부는 물론 금융계와 민간회사까지도 이 지역 출신 인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피’에 ‘예산 파격지원’까지 거론하고 나섰으니 다른 지역 주민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대구·경북지역 민심이 쉽게 돌아설 것 같지도 않다. ‘형님권력’의 앞뒤 분간 못하는 처신이 참으로 보기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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