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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레벨 7’ 후쿠시마의 경고, 고리 1호기부터 폐쇄하라 |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사고 한달째인 어제 원전 사고 등급 중 최악인 레벨 7에 이르렀다.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으로 ‘한 국가 이외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정도’를 뜻한다. 체르노빌 사고로 말미암아 당시 2만5000여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숨졌고, 기형아 출산, 각종 암 발생으로 수십만명이 고통을 겪었다. 일본 국민부터 위로하는 게 마땅하지만, 인접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편서풍 뒤쪽인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도 갑상샘암 등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방사능 불안감을 좌파의 선동 탓으로 매도하며 저의 무능과 무사안일을 호도하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을 기대하며 좀더 진지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 공기·흙·바다는 물론, 일부 농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큰 물질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최악에 이르리라는 건 이미 지난달 말부터 예견된 터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막무가내로 바로 어제까지 레벨 5를 유지했다. 유엔 전문가나 프랑스 전문기구가 레벨 6 이상이라며 경고를 보냈지만, 귀를 막았다. 갑자기 두 단계나 격상시켰으니, 그동안 정부 말을 믿고 따랐던 일본 시민들만 불쌍하게 됐다. 이렇게 요행에 기대는 점에선 우리 정부도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그저 편서풍 운운하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수명 다한 원전은 연장 가동하고 새 원전은 계속 늘리겠다는 기조를 관철하기 위해 시민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
어제 부산변호사회가 고리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폭발한 후쿠시마 1호기처럼 연장 가동에 들어간 원전이다. 연장의 근거였던 안전성 평가도 부실했고, 평가 결과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천재지변에 대한 대책도, 사고 때의 주민 안전대책도 부실하다. 해운대에서 20㎞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사고 발생은 곧 재앙이다.
변호사회까지 체제전복세력으로 매도할지 모르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마지막 경고다. 수명 다한 원전은 폐쇄하고, 새 원전 건설을 포기하는 결단을 속히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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