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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규장각 도서 ‘대여’가 아쉬운 이유 |
어제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 1차분 75권이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조선왕실의궤(의궤) 340권을 약탈해 간 지 145년 만이다. 조상의 삶과 얼이 새겨진 문화유산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데 참으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번 외규장각 도서의 귀국을 그저 반길 수만은 없다. 우선 외규장각 도서는 ‘반환’이 아니라 ‘5년 대여’라 아쉬움이 크다. 한국-프랑스의 의궤 관련 합의문을 보면, 의궤는 5년 단위로 대여를 하고 이후 새롭게 대여를 갱신하게 돼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의 영구대여여서 반환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왔는데, 합의문에는 영구대여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 없다. 그럼에도 어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제적인 관례를 고려한, 한국으로의 실질적인 반환”이라고 강조했다. 혹시 정부가 제 공치사를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프랑스가 의궤 이외의 다른 약탈물에 대해선 반환 요구를 할 수 없도록 못박은 것도 문제다. 합의문은 ‘의궤들의 대여는 유일한 성격을 지니는 행위로서 그 어떤 다른 상황에서도 원용될 수 없으며, 선례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로서야 이번 의궤 대여가 자신들이 외국에서 약탈한 수많은 문화재의 반환 요구에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는 뜻이겠지만, 우리로선 5년 뒤의 대여 갱신이나 다른 약탈유물들을 생각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제3의 기관에서 전시 목적으로 한 권이라도 대여를 요청할 경우 프랑스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도 제약의 소지가 있다.
정부는 돌아온 의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전시 계획과 함께 긴 안목의 영구반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의 환수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확인된 것만도 14만여점의 문화재가 이국땅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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