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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상률 사건’ 특검이 필요하다 |
검찰이 어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1주일을 더 수사한다기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결론은 달라진 게 없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의혹, 국세청장 연임 로비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속시원히 밝혀내지 못한 채 개인 비리만으로 기소한 것이다.
이런 수사 결과는 한씨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 나돌았던 ‘정권비호설’ ‘이면합의설’이 단순히 설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2년 전 한씨의 출국을 방치하는 등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수사이긴 하나 그래도 수사검사들은 나름대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상대 서울지검장이 “먼지털기 수사는 안 된다”는 등의 논리로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 중요하더라도 원칙과 절차를 어겨가며 수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사건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증인이 법정에서 “검찰이 징그럽게, 무섭게 조사해 죽고 싶었다”고 진술할 정도로, 먼지털기 수사를 감행하던 검찰이 왜 현 정권 인사들이 등장하는 사건만 나오면 태도를 돌변하는가. 한상률 사건도 그렇게 수사하라는 게 아니라, 피의자가 누구이건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라는 얘기다.
이 사건 핵심 의혹엔 이명박 대통령과 형 이상득 의원이 등장한다.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해 검찰은 제보자인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했지만, 4년 전 “이상은씨 명의의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가 이를 뒤집은 전력이 있다. 특검까지 거쳤지만 아직도 말끔하게 해명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최근 다스의 지분이 청계재단으로 옮겨가 다시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검찰 설명을 쉽사리 믿기 어렵다. 또 안 전 국장이 한씨 연임을 위해 “국회로 이상득 의원을 찾아가 만났다”는 진술과 관련 기록까지 나왔으나 이 의원한테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서면답변을 받는 것으로 끝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은 색검·떡검에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까지 온갖 오명을 얻었다. 특히 이전 정권을 탄압하며 현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바람에 ‘견검’이란 별명까지 붙었고, 이는 검찰 신뢰 추락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번 사건 처리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특검에 의한 재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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