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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5 19:42 수정 : 2011.04.15 19:42

불교 조계종이 경기도 김포시 대북 최전방인 애기봉에 부처님 오신날 등탑을 올해도 켜지 않기로 했다.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한 2004년 남북 당국 합의를 존중해서라고 한다. 반면 어제 몇몇 대북활동 단체들은 임진각에서 전단 날리기를 강행했다. 주민들이 막으려 하자 새벽에 기습적으로 일을 저지른 모양이다.

조계종의 결정은 북한이 도발했지만 우리는 의연하게 남북 합의를 지켜서 더 큰 충돌을 막자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대북 라디오방송과 전단 살포 등의 심리전을 폈다. 이 와중에 남북 양쪽 군당국이 서로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며 맞서 긴장만 잔뜩 고조되어 왔다. 그런 터에 종교계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없다며 지혜로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대북 선전활동은 북한을 자극해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근거가 약한 단견이다. 실제로 남쪽에서 선전 전단을 날려보내면 북한 정권은 사회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왔다. 변화를 촉진하는 게 아니라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북 선전활동 단체들한테서 북쪽의 변화보다는 남쪽 사회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켜 보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당국은 조계종이 애기봉 등탑을 켜지 않겠다고 하자, ‘이 활동’을 수행해줄 다른 불교계 단체를 수소문하고 있다고 한다. 애기봉 지역에선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을 둘러싸고 극도로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북쪽은 심리모략전이라고 규정했고 남쪽은 국지도발 대비태세 최고등급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할 우리 군당국이 되레 충돌을 빚을 빌미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꼴이다. 주민들의 불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다. 대북활동 단체들도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는지 모르겠다.

북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의 선전활동은 답이 되기 어렵다. 진정으로 북의 변화를 바란다면 정부와 민간을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북쪽과 교류하고 접촉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옳다. 특히 군당국은 조계종을 대신해 애기봉 등탑을 켜줄 불교단체를 찾는 황당한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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