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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덕적 해이 극심한 건설사 구조조정 |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건설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금융권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회수에 나서자 부실 건설사들이 견디지 못하는 상황인데, 건설사와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당국은 난맥상을 해소해 편법·탈법을 막고 멀쩡한 건설사까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주 도급순위 34~35위의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다음달이나 6월 사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갚거나 연장하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들이 여럿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은 25조원 규모로 14조원이 2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당국의 규정에 따라 7월1일부터 총여신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비율을 25%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대출 연장을 안 해줄 게 뻔하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만기가 도래해도 기한을 연장해줬는데 그렇지 않게 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부실의 일차적 책임은 건설사에 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을 때 너도나도 아파트 건설에 나섰다가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적체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자구노력을 했다고 하나 경기 회복을 기대하면서 구조조정을 미뤄오다가 발목을 잡힌 꼴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나 건설경기 침체를 우려해 구조조정을 미루고 질질 끌어온 것 또한 부실을 키웠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이 채권단과의 협상 도중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모기업이 계열 건설사의 꼬리를 자르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해서는 안 된다. 법정관리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시키는 점을 노려 채권단과 진지한 협의를 회피하거나 모기업이 계열 건설사를 나몰라라 하고 채권단과 투자자에게 부실을 전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신용평가사가 투자 적격 평가를 내렸던 기업이 연이어 부도위기를 맞는 일도 자금시장의 왜곡·불신을 심화시키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금융사들 또한 건설사 지급보증만 보고 대출해줬다가 상황이 다급해지자 회생 방안을 고민하는 대신 저 살 궁리에 급급한 실정이다. 당국은 채권단과 건설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손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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