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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리 1호기, 관건은 안전점검이 아니라 해체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에 제동을 걸었다. 애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전원공급 계통의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자, 다음날 원전 재가동 일시(15일 오후 6시)를 서둘러 발표했다. 당시 한수원은 안전성 판단 주체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협의하지 않았고, 교과부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 재가동 제지는 당연한 조처다.
문제는 이런 한수원의 위험한 행태가 ‘관례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수원은 이번에도 ‘그 정도 사고는 3일쯤 뒤면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에 사전협의 없이 일정을 확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매뉴얼에 따라 통제해야 할 정부나 연구원은 사고 뒤처리를 한수원에 온전히 맡겨버린 셈이었다. 이번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아우성치니까 마지못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정부가 운영자인 도쿄전력의 대변인 구실만 하다가 재앙적 상황으로 발전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9월 온갖 편법으로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도왔다. 원자력법을 개정해 수명 연장의 근거를 마련했고, 시행령 부칙으로는 신청 기간에 예외를 두었다. 원자로에 대한 파괴검사에서 불합격되자 비파괴검사로 바꿨으며, 수명 평가나 방사선 영향 평가도 제대로 받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고리 1호기의 호안 방호벽은 7.5m로, 10m 해일에도 무방비다. 2차 비상용 발전기는 내진설계도 되어 있지 않다. 지금까지 사고도 가장 많이 냈다. 우리 원전 전체 사고의 20%(127건)가 고리 1호기에서 발생했다. 유지할 이유보다는 폐쇄할 이유가 많다. 연연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안전성을 점검할 때가 아니라, 안전한 해체를 위한 계획 마련에 전력을 쏟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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