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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존재이유 묻게 하는 주한미군의 해외훈련 일상화 |
주한 미8군이 한국 바깥에서 열리는 연합훈련 참가를 일상화할 모양이다. 2006년 주한미군의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합의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다시금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미8군 수뇌부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은 앞으로 행정·군수 업무를 하와이의 태평양육군사령부로 넘겨 전투부대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 “태평양 (전력) 통합의 일환으로 한국 이외 지역에서의 훈련에 참가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을 오히려 강화한다며 해외훈련으로 인한 주한미군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통합적 전투력 강화’를 위한 해외훈련 일상화가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인 한국 및 한반도 안전과 평화 보장에 긍정적이기만 할 것이냐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 및 주변 안보 위기상황을 초래한 천안함 사건이나 북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기간 또는 그것을 전후해서 일어난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군비 증강은 오히려 심각한 안보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말 공표된 ‘방위계획대강’ 등 중장기 군비증강계획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군비 증강이 오히려 주변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일본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일본은 ‘방위계획대강’에 중국·북한에 맞설 대항군사력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강화하며,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서두르는 ‘동적 방위력’으로의 일본 국방정책 전환을 명기했다. 이런 일본 방위전략 전환이 미-일 군사력 통합체제 구축을 토대로 한 미-일 동맹체제 강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사실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해외훈련 일상화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8군은 이번 해외훈련 때 수색대대 병력 500여명이 한국을 빠져나가는데도 훈련 참가 사실만 간략히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개념 적용시의 사전협의 제도화를 요구했을 때도 미국은 통보만 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8군은 한국에서의 임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주한미군 사령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주한미군의 주둔 이유를 되묻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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