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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의 어이없는 망언 |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노동자 19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했다는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정 장관은 그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라고 말했다. 한 나라의 장관이란 사람이 사실과 다른 이런 궤변으로 사태를 모면하려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현장의 사망사고가 노동자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예고된 인재라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당장 고용노동부 자료만 보더라도, 지난해 1월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 가운데 조사를 마친 7건 중 6건의 원인이 추락 방지장치 미흡이나 비계 설치규정 위반 등 안전조처 소홀로 판명났다. 조사가 진행중인 16일의 경북 의성군 낙단보 현장 사고의 경우, 2명의 노동자가 전날 저녁 7시부터 3층 건물 위 슬래브를 콘크리트로 덮는 작업을 계속하다 낮 12시께 참변을 당했다. 콘크리트가 채 마르지 않은 슬래브에서 밤을 새워가며 17시간의 중노동을 했던 것이다. 4대강 공사가 공기에 쫓겨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도 정 장관은 ‘낙동강·영산강 공구에서 평균 17시간씩 공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의 강요가 아니라 업체가 사업을 빨리 끝내야 편하고 비용 차원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정부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다.
정 장관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예의를 잃었다. 사고다운 사고가 몇 건 없다니, 얼마나 사람이 더 희생돼야 사고로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희생자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이다. 그에겐 ‘상반기 중 주요 공사 완료’라는 돌격 목표만 있을 뿐 법정 근로시간이나 노동자의 안전은 아예 관심사가 아닌 모양이다.
정 장관은 4대강 공사의 주무장관으로서 그동안 일어난 사망사고의 책임뿐 아니라 이런 부도덕한 태도 때문에라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기가 부적절하다. 4·27 재보선 이후 이뤄질 개각에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당장 그만두는 게 숨진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4대강 공사 사망사고는 공사 기일을 단축하려는 정부의 무모한 ‘속도전’이 직접 원인이며, 이 속도전을 멈춰야 더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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