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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선거개입, 군사독재 때나 하던 짓이다 |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현장에 특임장관실 관계자가 내려가 주민 동향 파악 등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확한 내용은 선관위 등의 조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임장관실 신아무개 시민사회팀장이 분실했다는 수첩에는 김해을 선거와 관련해 각 정당과 후보들의 동향, 지역별 유권자 민심 등이 12쪽에 걸쳐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수첩 주인이 김해을 지역에 사는 지인 3명과 함께 한 가게를 찾아가 자신을 고향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종업원 등에게 선거와 관련한 상황을 물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정도라면 “이번 선거와 관련해 특정 지역에 직원을 파견한 적이 없다”는 특임장관실의 주장과 달리 신 팀장은 민심 동향을 확인하는 등 선거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친이계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불러모아 “4·27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할 때부터 논란을 일으키더니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명백히 위반되는 행위다. 신 팀장이 선거에 어떻게 개입했고, 누구와 함께 움직였는지, 그리고 이재오 장관이 직접 그런 지시를 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선관위는 물론 수사기관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강원도지사 보선에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쪽이 강릉의 한 펜션을 빌려 전화홍보원을 대거 동원해 불법선거운동을 벌이다 적발된 일도 심각한 문제다. 엄 후보는 티브이토론에서,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이고 자신은 몰랐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5만원씩 일당까지 지급받았다는데 단순한 자원봉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검찰과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불법선거의 배후와 주모자들을 낱낱이 파헤치기 바란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정부여당에 책임을 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여당이 앞장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에게 선거에 개입하라고 시키는 것은 군사독재 때나 하던 짓이다. 적어도 민주정부 이후 그런 일은 없었다. 우리 정치사를 10년 이상 후퇴시키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점에 대해 커다란 각성이 있어야 한다.
선관위 역시 반성해야 한다. 포털사이트 부재자투표 독려 광고 삭제, 민주당 원내대표 라디오연설 가위질, 특임장관 선거운동 방치 등 지나친 여당 편향 행보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선거제도, 나아가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정부여당의 불법을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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