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아직도 불 꺼지지 않은 체르노빌 사고의 교훈 |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사반세기 전에 일어났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핵붕괴가 계속돼 뜨거운 열과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교대근무중이라고 한다. 원전 해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콘크리트로 덮은 석관의 붕괴 위험이 있어 철제 방호벽을 씌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핵붕괴가 끝나 원전이 안정된 상태가 되려면 100년이 걸린다고 하니 아찔할 따름이다.
1986년 4월26일 새벽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명이 피폭에 따른 암으로 숨졌으며, 수십만명이 암과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사고로 유럽까지 방사능 낙진에 오염됐으며, 체르노빌 주변의 생태계 파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려면 9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체르노빌의 진실은 제대로 재조명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미국·일본·유럽은 사고를 과소평가해 선진국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특수 사례로 축소했고, 우리도 은연중 동조한 측면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체르노빌 사고의 실상이 주목받았고, 우리는 인재든 천재든 원전 사고가 시공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능 방출이 계속되고 있고 예측이 불가능해 체르노빌 사고보다 훨씬 심각하다. 원전은 이처럼 사고가 났다 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정상 가동한 원전을 폐로하는 데도 사용후 핵연료 때문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된다.
체르노빌 사고의 교훈은 자명하다. 신규 원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노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고,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탈피하라는 것이다. 독일은 원전 축소로 전환했고, 탄소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원전 안전성에 대한 포괄적 재점검을 지시했다. 일본도 간 나오토 총리가 원전 증설 계획 동결을 시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현재 21기인 원전을 2024년까지 35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고수할 뿐 아니라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나도 원자력을 공부했지만 원자력은 더 이상 써서는 안 된다.” 25년 전의 얘기가 아니라 체르노빌 과학자가 엊그제 들려준 말이다. 정부는 원전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사고가 잦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노후 원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먼 나라의 옛날 얘기가 아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