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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5 19:56 수정 : 2011.04.25 19:56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동문 모임을 했다. 참석자들은 청와대 시설을 구경하고 내외빈 행사장인 영빈관에서 대통령 부부와 점심을 함께했다. 동지상고 동문회가 사람들을 모았으며 이 대통령의 형이며 동지상고 5년 선배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참석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동창회에 참석하면 안 되냐고 청와대 쪽에서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연, 혈연, 학연에 따른 인사 왜곡 시비가 여전하다. 당장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등이 그 직책에 오를 때, 대통령 형제와의 동지상고 인연 덕분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스스로 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했다. 이번 일은 대통령의 처신에 대한 시민들의 상식에 어긋난다.

대통령이 동창들과 모교애를 나눌 기회는 퇴임 뒤에 얼마든지 있다. 재임중이라도 꼭 참석하고 싶다면 청와대 바깥에서 열리는 모임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번처럼 청와대에서 내외빈 행사를 위해 만든 시설을 이용해, 나라 예산을 들여 시끌벅적하게 동창회를 열어선 안 될 일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포도주를 곁들인 중국 음식이 제공됐고 시계와 스카프를 기념품으로 돌렸다고 한다. 1인당 최소한 몇만원은 들 터이고 200여명이 참석했으니 최소 몇백만원에서 1000여만원 가까운 예산이 쓰였을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국민 세금으로 동창회를 열어도 좋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전국의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등 공직자들이 공관 등에 동창들을 모아놓고 예산으로 흥청망청 기분을 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이 대통령은 그러잖아도 공과 사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시청에서 아들이 히딩크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도록 한 적도 있다. 대통령이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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