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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립 초등학교 ‘입학장사’ 처벌할 수 없다니 |
이른바 ‘입학장사’로 물의를 빚은 서울시내 사립 초등학교 11곳 가운데 10곳이 그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처다. 검찰은 “적용 법규가 없다”는 이유를 댔으나,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형식논리로만 비친다. 이번 결정으로 되레 많은 사립 초중등학교들이 대놓고 입학장사에 나서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수사를 의뢰한 초등학교 가운데 8곳은 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2005~2010년에 모두 209건에 걸쳐 9억9750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광범위하게 기부금을 받은 ㄱ초교의 경우, 최소 입학 하루 전부터 최대 70일 전까지 학부모 1인당 300만~2000만원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이런 행위는 발전기금은 기부자에게 반대급부가 없어야 하며, 기부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현행 사립학교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에 기부금 수수와 관련한 처벌규정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학교장 등이 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경우 등에만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행법으로는 입학장사 명목으로 대가성 기부금을 학부모에게 강요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친절한’ 해석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태도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당장 기부금품모집법 등 다른 법 조항 적용을 검토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묻고 있는 것이다. 몇몇 초등학교는 시교육청 감사 때 입학 관련 서류를 무단 파기하거나 제출하지 않았는데, 검찰은 이들 학교에 대해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입학을 전제로 돈을 받는 행위는 공정성과 평등성이 제1의 가치인 교육 현장에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중대 범죄행위다. 그런 불법이 초등학교에서부터 판친다면 우리 교육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학부모가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며 한숨 쉬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다른 한편으로 사립 초중등학교의 입학장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점이 이번에 확인된 만큼, 정치권은 하루빨리 사립학교법 등을 손질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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