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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군기지 건설과 제주도민에 대한 인간적 예의 |
제주 강정마을의 4월은 다시 전쟁중이다. 국가권력은 주민들을 구속·구금하고, 수천만원의 벌금 폭탄을 퍼붓는다. 매수와 회유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넘어 충돌로 이끈다. 이 꼴을 보고 있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는 주민이 40%에 이르렀다고 한다. 63년 전 양민을 무차별 학살했던 4·3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건 이런 까닭이다.
화근은 편법과 강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 건설이다. 매수에 의한 마을회의 의사결정 조작에서부터 강압에 의한 공사 진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주민 40여명이 피의자가 됐다. 이들에게 부과된 벌금만도 5000여만원에 이른다. 가족과 친척이 이권 보상 문제로 충돌하고, 70여개 마을 친목계는 대부분 깨졌다고 한다. 야 5당이 엊그제 이례적으로 공사의 한시적 중단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을 호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어제 해군군사기지사업단과 경찰 등을 방문해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사실 공사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많다. 우선 입지 변경의 적법성 문제다. 강정마을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제주도는 이곳을 절대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난 2009년 12월 한나라당 주도의 제주도의회가 야당의 출입을 봉쇄한 채 지정 해제 결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그 결의안을 지난 3월 도의회가 취소 결정 했다. 입지요건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한 변경처분 무효확인 2심 재판이 현재 진행중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대북 억지력 확보 차원보다는 중국을 포위·압박하려는 미국 세계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제주는 동북아 분쟁의 중심으로 들어서게 된다. 해방공간에서 6·25전쟁 시기까지 학살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제주도민에겐 가혹한 일이다. 세계 7대 경관지역 지정을 추진하면서 핵심지역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공동체를 파괴하면서 추진한다면 그것은 공공정책이 아니라 국가폭력이다.
당장 공사를 중단하기 바란다. 변방이라고 외면 말고, 국회 차원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런 의문점들을 낱낱이 따져보고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제주도를 다시 분쟁과 갈등으로 밀어넣는 것은, 현대사 최악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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