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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래도 민심을 외면할 텐가 |
민심의 심판은 가혹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3년에 대한 총체적 평가의 성격을 지닌 4·27 재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강원도지사 재선거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특히 한나라당이 전통적인 텃밭인 분당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실로 심각한 의미를 지닌다. 분당은 ‘경기도의 강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적인 유권자층이 밀집한 곳이다.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곳에서 71.1%의 득표를 했던 것처럼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분당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정치지형 자체를 뒤흔들 정도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강원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 역시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곳인데다 한나라당은 대중적 인지도에서 민주당 최문순 후보보다 훨씬 앞서는 엄기영 전 <문화방송> 사장을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강원도에서는 승리할 것으로 자신했으나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전통적인 텃밭의 유권자들마저 일제히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사실은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이 전례 없이 높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20~30대는 물론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치적으로 무관심했던 40대들까지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통해 정부여당 심판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의 패배는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의 전면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여권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선거 패배 후 “선거 결과를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성찰’도 ‘경제 살리기’도 없었다. 독선과 오만,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그리고 자화자찬은 계속됐다. 정부여당은 오만함에 더해 각종 국정운영에서 무능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물가 대란, 전세 대란, 구제역 대란, 실업 대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정책의 실패는 일일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다.
한나라당 역시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계속했다. 한동안 초선 의원 등을 중심으로 쇄신 요구가 쏟아지기도 했으나 청와대의 위세에 밀리면서 곧바로 흐지부지돼 버렸다. 오히려 지난해 말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통해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행동대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당의 고참이나 중진 의원들은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청와대의 눈치나 살피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정부여당은 심각한 기로에 섰다. 선거 패배에 따른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도 분명하다. 그동안의 국정운영 방식을 겸허히 반성하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처절한 각오로 나서지 않는 한 앞으로 더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진정한 반성과 변화는 필수적이다.
야권이 이번에 기대 이상의 큰 승리를 거둔 가장 큰 요인은 단연 야권연대에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주요 선거구에서 단일후보를 만들어내고 정책연합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한층 진화한 야권연대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야권의 승리는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야권이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 등에만 기댄 채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할 경우 이번 승리는 한낱 모래성이 될 수 있다. 야권이 이번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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