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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3노총’ 추진, 명분과 정당성 없다 |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제3노총으로서 국민노총(가칭)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단체 성격이 있다. 따라서 지하철 노조원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복지와 실리를 추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선택한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다투는 전국적 중앙기구로서 제3노총을 만들겠다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에 걸맞은 명분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지하철, 현대중공업 노조 등이 주축인 제3노총은 무엇보다 존재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가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비정규직 중심의 중앙기구를 새로 만든다면 명분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노선은 정반대다. 가장 여건이 나은 소수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그것도 연대투쟁보다는 노사협조를 통해 자신들의 실리를 극대화해보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라며 ‘국민노총’을 표방하고 있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이것은 소수 사업장 노조만의 극단적 실리주의일 따름이다. 그들의 주장과 달리 국민들의 보편적 이익이나 노동운동의 혁신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정부와 사용자 쪽은 제3노총 추진 움직임을 자못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과 다르게, 협조적인 세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음달 중 제3노총이 실제로 출범하면 정부나 사용자단체가 이들을 대화 상대로 삼고 적극적으로 배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제3노총이 정부와 사용자의 힘에 의존하면서 세를 불려보겠다고 하면 단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노동운동의 자주성 원칙에 당연히 어긋난다. 이런 방식으로 당장은 정부·사용자와 죽이 맞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조직 생명력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3노총이건 제4노총이건 노조 결성의 자유는 있다. 그러나 지금 서울지하철, 현대중공업 노조 등이 추진하는 국민노총은 전국적 중앙기구로서의 명분과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책임있는 노조 지도자들이라면 다시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민주노총 집행부도 유력한 소속 조직이 탈퇴할 때까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노동억압적인 정부와 맞서 전선을 유지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쪽도 운동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가일층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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