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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에게 ‘폭탄’ 돌리는 부동산 대책 |
정부가 또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번째다. 이번에는 건설회사와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많이 한 금융권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쏟아내는 부동산 경기 대책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데 따른 손실을 국민 모두에게 떠넘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조원에 이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여기에 많이 물린 건설회사와 저축은행의 줄도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일각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자 정부로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로 건설업과 제2금융권이 큰 위기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5~6월 두달 동안에만 약 13조원의 대출이 만기가 돌아온다. 이게 한꺼번에 부실 채권으로 전락하면 전체 금융권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큰 타격을 준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 셈이다.
그런 만큼 정부가 나서 조처를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방향과 방식이다. 부실의 싹은 그대로 놔둔 채 가지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싹을 제거하기는커녕 더 넓게 퍼뜨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은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합작품이다. 부동산 경기를 믿고 건설업계는 마구잡이로 사업을 벌이고 저축은행은 고수익을 챙기며 묻지마 대출을 해준 결과다. 정부도 부실 위험을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대책을 보면, 국민 부담으로 부실을 정리하려는 의도마저 읽힌다. 주택분양계약자 보호 목적으로 설립된 대한주택보증이나 국민 세금이 들어간 자산관리공사(캠코) 자금을 동원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건설업 문제는 주택 거래가 다시 활기를 띠면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주택 거래가 부진한 이유는 수요자의 구매 능력에 견줘 가격이 너무 높은 탓이다. 가격이 내려가거나 수요자의 구매 능력, 즉 소득이 늘어나야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는, 집값 하향 안정이나 수요자의 구매 능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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