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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육비 지원 확대보다 공보육 확충이 먼저다 |
정부가 만 5살 어린이를 둔 모든 가정에 보육·교육비 일부를 지원하고, 따로 운영되던 교육·보육 프로그램을 공통과정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취학 직전 연령에 대한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런 조처다. 우리의 유아교육비 공공부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79.7%)과 비교도 안 되는 49.7%에 불과하다.
그런데 취지는 좋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다. 정부는 이 정책이 사실상 의무교육을 1년 앞당긴 것이라느니, 만 5살에 대한 무상교육이라느니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올해 지원금은 월 17만원으로, 현재 사립유치원 평균 교육비 31만원의 54% 정도다. 2016년 30만원으로 늘어난다지만 사립유치원 교육비가 제자리걸음을 할 리 없다. 게다가 정부 지원금과 유치원비의 차액을 부담할 수 없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가정도 수만에 이른다. 지원 대상을 모든 가정으로 늘려 의무교육 확대라는 착시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소외가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이다.
더욱이 재정부담은 시·도교육청에 모두 떠넘겼다. 올해보다 해마다 1조원 안팎씩 늘어나는 비용을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다. 매년 초·중·고교생이 감소함에 따라 절감되는 재원을 보육비로 사용하면 충분하다는 것인데, 이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초·중·고 교육환경은 방치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앞으로 국세가 더 걷힐 것이기 때문에 시·도교육청 부담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도 믿기 어렵다.
사실 정부가 취학 연계 교육을 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할 일은 따로 있다. 값싸고 질 좋은 공교육·보육 시설 확충이다. 유아 교육·보육을 맡는 유치원의 절반, 보육시설의 90%가 사립이다. 질이 좋은 시설은 교육비가 너무 비싼 반면 상당수의 시설은 부모들이 설령 지원금을 포기하더라도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53.7%에 불과한 국공립 유치원을 100% 가까이 확충하고 거기서 보육 기능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만 5살 의무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처럼 민간시장에 맡기면 심각한 유아 사교육 시장을 더욱 과열시킬 뿐이다.
정책의 취지와 선의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로 의심받는 이유다. 바쁘다고 아랫단추를 윗구멍에 끼워서는 안 된다. 정책의 완급과 차례를 지켜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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