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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 싱크네트’ 출범에 거는 기대 |
진보 성향의 두뇌집단(싱크탱크) 8곳이 진보적 정책대안 개발을 위해 모인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어제 닻을 올렸다. 네트워크는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코리아연구원, 미래발전연구원 등 진보진영 주요 두뇌집단을 망라한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정책 마련을 천명해 관심과 기대를 모은다.
네트워크의 출범은 우선 진보적 시민사회·정치세력의 당면 목표를 뚜렷이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창립선언문에서 제시한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평화’는 남쪽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위해 꼭 실현해야 할 과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장주의·신자유주의 공세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졌고, 그 결과 우리는 노동과 복지의 유례없는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다. 850여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비롯해 취약계층인 여성과 중고령층, 청년층의 고통 확대, 이들의 버팀목이어야 할 사회안전망의 부실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인권과 언론 자유의 퇴보에 제동을 걸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위기로 치달은 한반도를 평화공존의 정상궤도로 되돌리는 일도 시급하다.
이런 과제들은 막연한 구호만으론 실현 불가능하며, 구체적 방안과 정교한 이행계획이 요구된다. 네트워크가 본보기로 삼은 미국의 두뇌집단 미국진보센터(CAP)가 2008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을 위한 변화’라는 657쪽 분량의 정책제안서를 발표한 것은 좋은 사례다.
네트워크의 출범은 내년의 두 선거가 정책선거가 될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역대 주요 선거에서도 늘 정책대결의 필요성은 강조됐지만, 후보 개인의 자질이나 철 지난 이념 시비, 지역주의 등에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핵심 의제가 됐듯 후보·정당의 전망과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 요즘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연합정치론 역시 정책과 결합할 때에만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력을 지닐 수 있다.
보수진영 역시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적 지향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선거에서 생산적인 정책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한층 역동적이고 풍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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