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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관 합동으로 금융감독기관 쇄신안 만들자 |
금융감독원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부산저축은행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비리에 전현직 금감원 임직원이 연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난 탓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금감원을 방문해 대수술을 주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금감원 위기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단지 몇몇 임직원의 부도덕한 행위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 만큼 더욱 근본적인 쇄신 방안이 나와야 한다.
우선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감사나 주요 경영진으로 옮기는 관행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이런 낙하산 관행은 감독기구와 업계의 유착 고리이자 금감원의 중립성을 해치는 행위다.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 임직원들은 민간인 신분인데도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아 퇴직 때 취업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퇴직 몇 년 전부터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서 ‘낙하산 준비기간’을 거치는 등 편법·변칙 행위가 만연해 있다.
감독기구로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되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금감원은 주요 임원과 간부의 낙하산 인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윗물이 탁한데 어떻게 아랫물이 맑을 수 있느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이다. 정부 입김이나 힘이 센 금융기관의 요구에 굴복해 금융시장의 건전성 감시를 게을리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단행한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의 분리(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분리)도 재고해야 한다. 감독의 부실과 정책 실패는 서로 맞물려 있다.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금융 부실에 대해서는 온전히 감독당국만 질책할 수도 없다. 저축은행 부실화 과정만 보더라도, 부동산 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무분별한 확장을 야기한 금융정책 당국에 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 권한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금융정책과 감독기구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쇄신 방안은 금감원 스스로 마련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칼을 휘두를 일도 아니다. 어찌 보면 정부는 금감원의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다. 정부 주도로 금감원 혁신을 추진했다가는 자칫 관치금융 기반만 강화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 체계의 난국에 따른 진정한 피해자는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전체 이해당사자들이다. 따라서 관계부처뿐 아니라 금융업계 단체, 예금자와 투자자 등 금융소비자 대표까지 참여하는 민관 합동기구를 구성해 금감원 쇄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파수꾼 노릇을 하는 금감원의 권위와 신뢰 상실은 전체 금융시장을 불신에 휩싸이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금감원의 환골탈태 없이는 금융시장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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