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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5 19:49 수정 : 2011.05.05 19:49

미군 특수부대가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을 당시 빈라덴은 비무장 상태였으며, 빈라덴이 자신의 부인을 인간방패로 활용했다는 미국 당국의 발표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빈라덴이 생포된 뒤 가족 앞에서 사살됐다는 언론보도마저 나오면서 빈라덴 사살의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사살 작전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정의가 이뤄졌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무리 테러범을 응징하는 게 당연하다 해도 비무장 상태의 빈라덴을 현장에서 사살한 것은 ‘정의’라 할 수 없다. 특히 빈라덴은 엄밀히 말해 9·11 테러를 사주했다는 혐의 자체도 확정된 상태가 아닌 만큼 재판을 통해 유죄를 입증하고 이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게 더욱 필요했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모든 절차를 건너뛰어 현장에서 곧바로 ‘즉결처형’ 해버렸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가가 저지른 암살’ ‘초법적인 사형집행’ 등의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미군의 작전 목표는 애초부터 생포가 아니라 사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체포하려는 최소한의 시도도 없이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확인사살까지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빈라덴이 저항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항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가 비무장 상태였고 무장 호위병도 없었다는 점에서 미군이 자위권을 발동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미국은 의혹을 풀어줄 가장 중요한 증거인 빈라덴의 주검마저 서둘러 수장해버렸다.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에 통보조차 하지 않고 작전에 들어간 것 역시 이번 작전의 비합법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국은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주장하지만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자기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주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자세를 다시 한번 보여줬을 뿐이다.

빈라덴 사살은 9·11 사태로 응어리진 미국인들의 보복심리를 일시적으로 충족시켰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빈라덴의 사살은 세계 평화와 안전에 오히려 해를 끼칠 공산이 크다. 폭력에 또다른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더 큰 불행을 잉태한다. 미군이 빈라덴을 사살함으로써 그를 ‘순교자’로 만들어버렸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미국은 중대한 판단 착오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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