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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6 21:14 수정 : 2011.05.06 21:14

이명박 대통령은 4·27 재보선이 끝난 다음날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 첫 시금석은 바로 개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어제 뚜껑을 연 개각 내용을 보면 이 대통령이 말한 국민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제 발표된 개각은 뚜렷한 특색도 색깔도 찾아볼 수 없는 무색무취한 인사였다. 개각 규모도 애초 예상보다 줄었고, 대부분 전문 관료 출신들을 기용하는 평범한 인사에 불과했다. 4·27 재보선을 통해 분출된 국정기조의 변화나 소통·화합에 대한 민심의 열망 등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무색할 정도다. 이런 개각을 하려고 그처럼 뜸을 들였는지 의아할 뿐이다.

애초 이 대통령은 임기 말 권력 누수 차단을 위해 측근 인사들을 기용해 친정체제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류우익 주중대사의 통일부 장관 기용,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발탁설 등도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하지만 친정체제 구축에 대한 역풍이 불 조짐이 보이자 막판에 황급히 방향을 바꾼 듯하다. 그러다 보니 비난 피하기에만 급급한 땜질 인사가 되고 만 것이다.

이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나 돌려막기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라고 좋게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면피용 개각’에 대한 변명은 되지 못한다. 국민이 이 대통령에게 절실히 원했던 것은 과감한 인적 물갈이, 반대편 진영까지도 아우르는 화합의 자세를 통해 희망과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기는커녕, 스스로 욕만 얻어먹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무사안일주의의 맨 선두에 서버렸다.

비난 피하기용 인사가 되다 보니 막상 장관 교체가 꼭 필요한 부처의 인사를 생략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빚어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단적인 예다. 근거 없는 북한 붕괴론 등에 근거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현 장관의 경질은 더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이는 청와대가 애초 그의 경질을 추진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가 어부지리로 계속 통일부 장관 자리에 남게 된 게 본인한테는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남북관계에는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원세훈 국정원장 역시 그동안 여러 가지 실책을 거듭했으나 그대로 유임됐다.

이 대통령이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기획재정부 장관에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을 기용한 것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가 기존 경제팀과 얼마나 차별성 있는 철학을 갖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거니와 경제정책을 총괄해본 경험도 없는 그가 산적한 과제를 제대로 헤쳐나갈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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