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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경제팀, 서민생활 위한다면 정책기조 바꿔야 |
4월중 소비자물가는 4.2% 올라 올해 들어 넉달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훨씬 심각하다. 식료품과 생필품값이 지난해보다 많게는 갑절 가까이 올랐으며 서비스요금도 덩달아 뛰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이 일시 떨어졌다고 하지만 하반기엔 공공요금을 비롯해 물가 오름세가 예고돼 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가계의 가장 큰 경제적 애로사항은 물가압박이며, 10가구 가운데 9가구가 물가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사심없이 올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현시점에선 박 후보자 말대로 서민생활 안정, 곧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성장 지표에 매달려 고환율·저금리 정책을 편 탓에 물가가 희생된 만큼, 경제의 감속을 감수하더라도 물가 안정에 최대 역점을 둬야 한다. 업체를 비틀어 기름값이나 설탕값을 누르는 대증요법은 서민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차분히 근원 처방을 하기 바란다.
늘어나는 지출을 소득이 충당하지 못해 2003년 561조원이던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99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가계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55%로 미국(122%)보다 높다. 고물가와 함께 서민생활을 압박하는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을 늘려야 한다.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복지를 확대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기업은 수익성이 불확실하면 아무리 투자하라고 해도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부는 사회적 필요가 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인 출산·보육·교육·의료 등에 투자하고 복지를 강화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대기업은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이자 갚고 임금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벌리는 감세, 규제완화 정책 기조를 바꿔야 일자리를 늘리고 서민생활도 안정시킬 수 있다. 전임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 물가 문제가 가장 어려우며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털어놓았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기업·금융 부실을 옥석을 가려 정리하고 금융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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