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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 ‘청와대 거수기’ 포기 선언부터 하라 |
한나라당이 소란하다. 엊그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직계가 비주류 쪽에 무너졌다. 4·27 재보선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 민심 앞에서도 남 탓 하면 망한다느니 운운하며 당·정·청에서 측근의 아성을 더욱 높이려던 것에 대한 거부감의 결과일 터이다. 그럼에도 주류 쪽은 비상대책위 구성에서 역쿠데타성 인선을 강행하고, 비주류가 이에 반발하는 등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여권의 이런 진통이 난맥에 빠진 국정운영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산통이 되기를 바란다. 어제 퇴임한 안상수 대표가 이 정권의 대표적 실정으로 거론했듯이, 서민경제 외면, 물가고, 전세난, 청년실업 등 민생의 위기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집권 여당이 선거 책임론에 기대어 권력 암투나 벌인다면 민생의 남은 쪽박마저 깨버릴 공산이 크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당내 여론의 핵심은 더이상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상득 의원 쪽의 이탈은 총선과 대선 이후 구명도생의 의도를 의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청와대의 일방독주와 한나라당 맹종이라는 구도에 넌더리를 내는 쪽이다. 주류를 대표하는 인물인 안 대표마저, 당이 제안한 민심의 요구를 정부가 묵살하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당이나 국민에게 독선적이고 일방적이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런 청와대와 정부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 날치기를 위해 서민예산을 깎고 종편 강행을 위해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키는 등 청와대의 성실한 친위대 노릇을 했다. 친재벌·토건, 반서민 일방독주에 당은 한번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한나라당’을 표방하려 한다면, 먼저 그동안의 거수기 노릇을 반성하고 앞으로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부터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위기 때마다 나오는 면피용 말장난에 불과하다. 아울러 민생의 대변자로서 구체적인 대안과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추가 감세정책 철회 수준이 아니라, 실패한 감세정책을 파기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청사진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진정성을 갖고 집권당의 본분을 다해 새로운 한나라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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