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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9 08:30 수정 : 2011.05.09 08:30

‘세습 채용’ 논란을 빚었던 현대자동차 정규직노동조합이 사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을 다시 울리고 있다. 현대차가 7년 만에 생산직 인력을 신규채용하는데, 그 가운데 40%가량을 하청노동자로 채우기로 회사 쪽과 정규직노조가 합의한 것이다. 많으면 200명 정도를 새로 뽑는다니 하청노동자 80명가량이 대상이 될 모양이다.

이런 합의는 얼핏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적은 수이긴 하나 정규직 전환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비정규직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잘못된 선택임이 드러난다.

이 합의가 실행되면 무엇보다 현대차 비정규노조의 힘이 약화될 게 뻔하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는 현재 8000여명으로, 8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다.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가 하청업체 사장의 추천서를 요구하는 탓에 1500명에 이르는 비정규노조 조합원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의 눈에 들기 위해 노조를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2~2004년 비슷한 방식으로 하청노동자 690명을 정규직으로 뽑았을 때도 노조 탈퇴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2005년부터 정규직노조는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신규채용을 반대해왔다. 그런데 현 정규직노조는 길을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또 이런 신규채용은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낳을 수 있다. 99%의 하청노동자는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이고, 정규직으로 옮겨간 이들의 자리는 새로운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인데도 하청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됐다는 착각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런 착시현상을 모른 것인지, 알고도 외면한 것인지 정규직노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시점에서 현대차 정규직노조가 할 일은 분명하다. 대법원이 “현대차는 사내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한 대로, 회사 쪽에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당장 8000명 모두가 어렵다면 분명한 정규직 전환 일정표를 내놓으라고 압박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단체협약안도 철회하는 것이 옳다. 현대차도 꼼수를 부리지 말고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게 떳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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