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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부자 감세 철회’ 이번엔 제대로 해야 |
한나라당의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법인세·소득세 등 추가 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감세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문제 정책이다. 감세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부유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공언한 것도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여당의 새 원내 지도부가 뒤늦게나마 그릇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과연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감세 철회를 제대로 관철할 건가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가을 안상수 대표가 당을 개혁적 중도보수로 탈바꿈시키겠다면서 감세 철회를 호기롭게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다가 청와대 쪽의 강만수 경제특보 등이 나서서 눈을 부라리자 일순 꼬리를 내리는 한심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 뒤 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당 차원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당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입으로만 민심 수렴을 되뇌다 결국은 시민 우롱으로 끝나는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감세 철회 범위를 잘 따져야 한다. 황 원내대표와 정 최고위원 등은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를 모두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이야기다. 과표 연 8800만원 초과 소득자의 세율을 2% 낮춘다는 계획을 내년부터 철회해도 더 걷히는 세금은 고작 8000억원 정도다. 법인세 감세를 철회해야 그나마 3조6000억원 정도가 더 걷힌다. 감세 철회를 통해 부족한 서민복지 예산을 확보하겠다면 소득세 감세는 물론 법인세 감세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은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되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태도다. 혹시라도 과거 당 지도부가 청와대 눈치를 살핀 것처럼 새 지도부가 박 의원 눈치를 보면서 소신을 굽히는 일이 없기 바란다.
황 원내대표의 감세 발언은 여당이 새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청와대 행동부대를 벗어나 제구실을 되찾는 시작이 돼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국방개혁 307 법안 등 문제적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4대강 사업도 공정이 일정 단계를 넘었다고 기정사실화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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