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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9 19:54 수정 : 2005.01.19 19:54

올해는 광복 60돌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많은 시행착오나 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한국 사회는 짧은 기간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근대화되었다. 나라의 엘리트와 일반 시민의 협력과 상호 견제 아래 경제가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빠르게 발전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성장주의자, 민주주의자,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개방주의자 등 다양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을 했고, 나름으로 이바지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이런 경쟁이 어떤 제약도 없이, 좀더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는 민주주의 제도를 공고하게 하고 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제도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역사는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그랬듯이 그 제도 속에서 전체주의와 폭력이 자라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제도 이외에 한국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또 한가지 조건은 건전한 시민과 시민사회다. 건전한 시민사회는 어떤 조건에서 육성될 수 있을까? 우선 시민들이 기본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여 사회적 정치적으로 배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둘째, 시민들이 노동과 분업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넷째, 시민에게 국가와 사회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서 정책 결정에 참여하거나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시민이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소속감과 책임감을 갖게 해야 한다.

건전한 시민과 시민사회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그에 따라 판단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능력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과 공동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런 시민들은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기는커녕 틈만 나면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 자부심과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건전한 시민사회의 육성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민주화 이후 오히려 대한민국 사람이 나라와 사회에 대해 가지는 자긍심과 소속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지식인들이 국민적 긍지와 희망을 잃고 기회만 있으면 한국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최근 필자가 몸담은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세계 24개 나라의 연구소들과 함께 수행한 국제적인 조사 결과, 한국 국민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은 25개 나라 중 불가리아·체코와 함께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것은 젊고, 교육수준과 소득이 높은 시민들의 국민적 자긍심이 더욱 낮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결속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닫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나 ‘반공’이나 ‘경제 개발’이라는 주문으로 자긍심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열린 민주 사회에서 지구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자유와 평등, 인권, 민주주의, 복지, 환경,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국민적 자긍심을 느끼기 어렵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국민의 긍지를 높일 것인가? 이것이 광복 60돌을 앞둔 우리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현/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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