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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1 19:53 수정 : 2011.05.11 19:53

삼성전자가 인터넷 포털에 올라온 자사 제품 비판 글을 차단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마케팅 차원에서 당연한 조처라고 주장하겠지만, 인터넷의 본질적 가치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행위다. 자본의 힘을 이용해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삼성전자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포털의 게시글 차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해당 글이 자사 새제품인 갤럭시에스(S)2를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내용이어서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특정 기업을 겨냥한 악의적인 글들이 많다. 보상금 등을 타낼 목적으로 기업한테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제하는 데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가 있어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자의적 잣대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면, ‘보편적 접근’과 ‘집단 지성’과 같은 인터넷의 핵심 가치가 위협받는다.

삼성전자가 포털 게시글 차단 요청을 한 법적 근거는 정보통신망법 42조다. 포털에 게시된 글로 인한 명예훼손 같은 법적 다툼이 예상될 때는 포털이 30일 동안 ‘게시글 차단’(블라인드) 조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개정된 이 조항은 인터넷 게시글로부터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적 장치가 개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나 대기업의 보호막 구실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포털 관계자조차 “힘 있는 세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국내 온라인서비스 산업의 발전에도 큰 장애 요소다. 온라인서비스 산업의 경쟁 상대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예컨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경쟁 상대는 세계 최대 포털인 구글이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은 서버를 국외에 둔 포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에는 적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누리꾼들이 외국 국적으로 등록해 외국 포털에 글을 올리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규제의 비대칭성, 또는 규제차익에 따른 혜택을 외국 업체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도 하나의 시장이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시장을 통한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기업이 자의적인 잣대로 인터넷 여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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