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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논의할 때 아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연립정부(연정)를 포함해 생산적인 정치를 위한 대안을 논의하자고 정계와 학계·언론계에 제안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뜬 글의 내용을 뜯어보면 그 이유와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을 알 수 있다.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 국회와 정부, 여당과 야당이 부닥치는 일이 많다 보니 생산적일 수가 없다”는 표현에서 그의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연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첫째, 비현실적이다. 연정은 정당과 정당이 하는 것이므로 상대가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거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논란을 시작할 까닭이 없다. 둘째, 연정 논의는 개헌 논의로 이어져 노 대통령 자신이 권력누수(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임기를 2년 반이나 남겨놓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권력누수에 처하면 큰 국정혼란이 일어난다. 셋째, 경제와 북핵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3.8%로 낮춰 잡았고, 6자 회담 개최 여부도 곧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안은 열린우리당의 사안별 정책공조에서 찾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여당에 대해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아무런 지렛대도 없다”고 말했지만, 열린우리당은 대체로 그의 정책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민주노동당의 정부조직법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고 한나라당이 제출한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부결시켰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도 다른 안건을 놓고 적절히 타협할 수 있을 터이다.
그동안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은 것은 여소야대 때문이 아니다. 여대야소일 때도 제대로 된 것이 별로 없었다. 현실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정 논의가 돌출하면 의구심만 증폭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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