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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게임기 심의, 진상부터 밝히라 |
무려 1조원대로 추산되는 성인오락실 게임기 시장이 복마전 심의로 혼탁해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규정을 무시한 채 도박성을 극대화한 게임기를 잇달아 허가하는가 하면, 심의기준도 제조업체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심지어 일부 심의위원은 경력과 학력을 속이고 위원으로 위촉됐고, 성인오락기 제조업체 경영을 맡았던 사람도 위원회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위원회와 업체 사이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영상물등급위가 사행성을 한껏 높인 특정업체의 기계만 제때 심의를 내주는 방법으로 해당 업체들에게 수백억원대의 이득을 챙기게 했다면, 이는 ‘서툰 부정’이 ‘세련된 부패’로 탈바꿈한 것일 뿐이다. 규제 조항의 구멍을 노려 한 번에 수백만원의 당첨금이 나오도록 설계된 게임기를 허가한 것에 대해 “영등위의 존립 가치를 의심하게 하는 결정”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은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시대적 조류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고 믿었던 관청 주변의 부정과 부패가, 1조원이라는 막대한 시장의 규모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고 다시 부활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우선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주무 관청의 관리·감독 태만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영상물등급위의 결정 하나하나에 따라 막대한 이권이 좌지우지된다면, 심의 기준과 과정, 나아가 위원 위촉 등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고 있는지 엄정하게 감독했어야 마땅하다. 문화관광부가 전면적인 진상 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업체마다 자사 제품의 통과를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고 하니 검찰은 수사에 바로 착수해 부패의 고리를 잘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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