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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갈등만 더 키운 엘에이치 본사 진주 이전 |
정부가 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고 전북 전주에는 애초 경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국민연금공단을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엘에이치 본사의 분산 배치를 요구해온 전북도가 강력히 반발하고 민주당도 약속 위반이라며 반대해 진통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권 때 국가균형발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은 낙후된 지역을 더 많이 배려하는 차등배치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애초 취지와 어긋나고 균형발전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은 엘에이치 사장을 포함한 직원 24%를 전주에, 나머지 76%는 진주에 보내는 분산배치안을 요구해왔다. 이 안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폐합 당시 정부의 ‘통폐합 뒤 분산배치’라는 약속을 근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 몫만큼 달라며 전북이 일괄 이전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두 기관이 통폐합되기 전에 주택공사는 진주에, 토지공사는 전주에 이전하기로 돼 있었다.
엘에이치 이전 문제는 일찍이 두 기관의 통폐합 때부터 시작됐는데도 정부는 일관성 없이 질질 끌다가 갈등을 키웠다.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는 엘에이치 통합공사법 심의 때 “통합정신에 배치되지 않도록 분산배치해 혁신도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분산배치 원칙을 밝혔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남과 전북이 참여하는 지방이전협의회에서 협의가 되면 일괄 이전하고, 안 되면 분산배치로 간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그런데 통합된 공사를 다시 양분하는 것은 경영 비효율화를 낳아 통합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어제 불쑥 일괄 이전을 발표했다. 쪼갤 경우 양 혁신도시 모두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산배치할 것처럼 하면서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에 맞게 일찍이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대형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원칙 없는 국정철학으로 지역갈등을 키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일도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되면서 정부·여당이 영남에 선물로 준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균형발전을 중시했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북을 최대한 고려했어야 했다. 전북에는 새만금 등 대형 국책사업이 있다고 하나 새만금 사업은 앞으로 본격 개발되려면 20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먼 뒷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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