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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3 20:11 수정 : 2011.05.13 20:11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공식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박아무개씨 등 2명에게 법원이 어제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헌법상 예술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게 아니며, 낙서를 통해 공용물건을 훼손한 것은 형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며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을 물렸다. 법원이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애초부터 이 사안 자체가 피의자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해 법정에까지 세울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역으로 드러내 준다.

이미 유럽 등 서구에서는 그라피티 아트가 거리예술로 자리잡았고, 반전·평화 등을 주제로 하는 영국 뱅크시 등의 활동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박씨도 법정에서 “세계 최고의 경찰력과 시시티브이를 보유한 영국에서 뱅크시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잡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도 예술창작 활동의 일환이라고 항변했다.

이런 사안을 코미디적 사건으로 키운 것은 검찰이다. 지난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돼 망신을 산 뒤에도 불구속기소를 강행해 ‘무리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달 22일 검사의 결심공판 논고는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다. “(포스터의 쥐 그림 자리는 원래) G20 대회를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국가의 번영을 이루겠다는 국민들과 우리 아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피고인은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한 것입니다”라는 논고에 ‘검사 개그’ ‘개그콘서트보다 웃긴다’는 등의 비아냥이 잇따랐다.

우리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만큼 권한을 엄정하고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검찰청법 4조는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은 국민보다 정권 핵심부의 뜻에 봉사하는 조직이 돼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 스스로 이번 사건을 원점에서 복기해보기를 권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이 “보는 사람에 따라 해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라피티 아트가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면서도 예술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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