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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방송, 기어이 ‘죽은 언론’이 되려는가 |
<문화방송>(MBC)이 그제 ‘피디수첩’의 이우환 피디와 ‘7일간의 기적’의 한학수 피디(전 피디수첩 피디)를 일방적으로 비제작부서로 발령냈다. 지난 3월 피디수첩의 간판인 최승호 피디 등 피디 6명을 대거 교체한 데 이어 두달여 만에 다시 ‘피디수첩 죽이기’를 강행한 것이다. 이러고서 저널리즘의 본분을 어떻게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들어 피디수첩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일들은 문화방송 경영진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리겠다고 작정했음을 보여준다. 최승호 피디가 쫓겨나기 직전 준비했던 주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였고, 이우환 피디는 지난달 ‘쌍용차 해고자 2년’을 다룬 뒤 ‘남북경협 중단 1년 그 후’를 준비중이었다. 다들 청와대가 불편해할 주제들이다. 특히 이 피디는 최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한테서 남북경협 문제를 취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한 피디는 이런 취재중단 지시를 놓고 전체 피디를 대표해 윤 국장과 면담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이 갑자기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이 없는 부서로 발령났으니 ‘보복성 인사’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윤 국장은 두 피디의 교체에 대해 “그동안 시사교양국은 문화방송의 해방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해, 이번 조처가 정치적 결정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취임 때부터 ‘낙하산’ 비판을 샀던 김 사장은 줄곧 정권에 비판적인 진행자의 교체와 비판적 프로그램의 폐지에 매달려왔다. 지난해 ‘후플러스’와 ‘더블유’(W)를 없앴고, 지난달에는 강한 반대 여론을 외면하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를 사실상 퇴출시켰다. 김 사장은 김씨에게 “라디오가 시끄럽던데 다른 프로로 옮겨보세요”라고 직접 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마저 불거진 상태다.
문화방송의 이번 조처는 전국언론노조의 성명대로 ‘진실의 목격자를 죽이고, 시대의 파수꾼을 내쫓은’ 행위다. 정치·경제 등 주요 영역의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첫째가는 사명이다. 문화방송에서 이런 가치를 앞장서 구현해온 프로그램이 피디수첩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지금 ‘죽은 언론’의 길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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