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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인세 감세 철회 없인 한나라당 쇄신 못 믿는다 |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법인세 감세 철회 약속을 뒤집었다. 불과 10여일 전에는 내년으로 예정된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되 법인세의 경우 감세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새 지도부 구성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쇄신을 바라는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가 이렇게 입장을 번복한 것은 “법인세 감세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문제”라는 정부의 해묵은 주장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주장이다.
우선 국내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 연간 이익 2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명목법인세율(주민세 포함)은 최고 2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1.7%포인트 낮다. 미국(40%)이나 일본(40.6%)을 포함한 주요 7개국의 평균 법인세율(33.4%)과 견주면 무려 10%포인트 가까이나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실제로 내는 실효세율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납세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각종 세금감면제도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지난해 실제 낸 세금은 이익의 16.5%로, 미국의 애플(24.4%)이나 일본 소니(51.9%)에 견줘 세금 부담이 훨씬 적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실효세율은 16.5%에 불과해 독일 폴크스바겐(28.4%)과 일본 도요타(31.8%)보다 적게 세금을 냈다. 실상이 이런데도 ‘세금부담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에 불리하다’는 주장을 대기업들은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감세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현실적인 근거가 희박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주요 수출대기업들은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투자 여력이 넉넉한 상황이다. 세금 때문에 해야 할 투자를 미뤄야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애초 감세를 철회해 마련한 재원으로 서민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감세 철회로 예상되는 세수는 소득세(약 5000억원)보다 법인세(3조2000억원)가 압도적으로 많다. 법인세 감세의 철회 없이는 한나라당의 서민정책도 물건너간다는 얘기다. 이 정부 출범 뒤 단 한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재정수지의 건전화를 위해서도 법인세 감세는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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