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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9 22:08 수정 : 2011.05.19 22:08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부실경영으로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에서 4년 동안 사외이사를 맡은 경력으로 궁지에 몰렸다. 정 수석은 해당 저축은행 사외이사 재직을 떳떳한 일로 여기는 듯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사외이사로 있었지만 로비활동을 한 적이 없고, 대주주와 경영진 비리에도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 수석은 자기변명 과정에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그것은 저축은행의 사외이사 제도가 힘센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용돈벌이’ 자리로 전락해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 투자자나 예금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 대주주나 내부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직무를 수행하며, 법률상 내부 이사와 같은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예금자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일반기업보다 더 엄격한 사외이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진석 수석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은 동안, 1년에 한두번만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경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통비조로 한달에 300만원 정도 받았다고 고백했다. 달마다 몇백만원의 ‘불로소득’을 얻으며 사외이사의 임무를 저버렸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정 수석과 같은 안이한 인식을 갖고 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았거나 맡고 있는 고위공직자 출신은 수두룩하다. <한겨레>가 대형 저축은행 29곳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해보니 청와대, 검찰, 법원, 국정원, 국세청 등 힘센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달마다 1000만원씩의 보수를 챙긴 인사도 있다. 고위공직자 출신 사외이사들의 이런 도덕 불감증은 저축은행의 사외이사 제도를 관금유착의 창구로 전락시킬 소지가 크다.

한나라당의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성격을 “가진 자, 힘있는 자들이 민초를 등쳐먹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철저히 파헤치고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그렇게 할 일이다. 단죄의 대상에는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무위도식한 고위공직자 출신 사외이사들도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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