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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0 21:28 수정 : 2011.05.20 21:28

주한미군이 고엽제 5만2000여ℓ를 몰래 파묻었다고 한다.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다량 함유된 제초제가 고엽제다. 그 맹독성으로 말미암아 미국 스스로 1970년대 초 사용을 전면 금지했을 정도다. 고엽제 후유증은 베트남전 참전 한국 병사 3만3000여명이 지금도 시달리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악몽이다. 1978년 여름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에서 이런 짓을 했다는 전역 미군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의 증언은 거짓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들이 파묻은 드럼통엔 밝은 오렌지색 글씨로 화학물질 종류인 ‘에이전트 오렌지’ 혹은 ‘콤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드럼통을 손으로 굴려 매몰지까지 옮겼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통에선 분말이 흘러나왔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그해 가을까지 도시의 한 구역 정도 넓이의 땅에 드럼통을 묻은 뒤 전신 종기와 관절염 등 전형적인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한미군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캠프 외곽의 토지 및 지하수 조사에 착수하는 등 서두르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미국에서 첫 보도가 나온 것은 13일이고 정부가 움직인 것은 엿새 뒤였다. 주한미군은 더 믿기 힘들다. 고엽제에 관한 한 이들은 이미 심각한 은폐와 거짓말의 전과가 있다. 1968~69년 비무장지대 서부전선과 중동부전선에 315드럼의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을 1995년에야 확인했다. 나머지는 먼바다에서 모두 소각했다지만, 이제 거짓일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환경오염과 관련해서도 주한미군은 수도 없이 거짓말을 했고, 한국 정부는 이것을 바보처럼 용인했다. 2007년까지 돌려받은 미군기지 23곳 중 16곳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 2010년 돌려받은 사격장 6곳 중 4곳은 납 등 중금속이 기준치보다 무려 100배 이상 높은 곳도 있었다. 의혹에 대한 조사를 미군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조사 초동단계부터 한국 정부는 물론 해당 지역의 시민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소파 규정만 읊조릴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한국에 반입된 고엽제의 양과 이동·보관·처분 내용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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