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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직자 로펌행 규제하며 김앤장 출신 입각이라니 |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이후 일정 기간 법무법인(로펌)이나 세무·회계법인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퇴직 공무원이 거액을 받고 대형 로펌의 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행정연구원이 공무원 1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4.3%가 ‘퇴직한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답변한 데서도 확인되듯이 퇴직 공직자가 로펌 등에 취업해 관련 업무에 영향력을 끼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고위공직자 출신이 로비스트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법률적으로 확실히 쐐기를 박기 바란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런 와중에 김앤장 고문 출신의 권도엽씨를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중인 공직자 취업 제한 조처의 밑바탕에는 퇴직 관료가 로펌에 있다가 다시 장차관 등으로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에 대한 문제의식도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사 관행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김앤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김앤장 출신 인사들을 정부 고위직으로 발탁해 물의를 빚었다. 권 후보자 역시 국토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에 들어가 다섯달 동안 무려 1억2700만원을 받았다. 청와대가 한편으로는 고위공직자들의 로펌 취업 제한 조처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김앤장 출신을 입각시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니 어이가 없다.
행안부가 취업 제한 대상에 김앤장을 포함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행안부는 ‘자본금 50억원 이상에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 업체’로 돼 있는 현행 공직자윤리법 및 시행령의 취업 제한 규정을 확대해 두 조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해도 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한다. 하지만 김앤장은 형식상 ‘법무법인’이 아니라 한 개의 사업자등록증 아래서 여러 명이 각자 지분을 갖고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매우 기형적인 조직 체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매출액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재무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취업 제한 대상에서 교묘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앤장이 빠진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조처는 무의미함을 행안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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