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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총재 선출, 세계 경제지형 변화 반영해야 |
다음달 말까지 뽑는 국제통화기금(IMF) 차기 총재 자리를 놓고 신흥경제국들이 유럽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적이 아니라 능력과 개혁의지에 따라 총재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물러났지만, 후임자로는 여전히 같은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장 등도 경쟁자 물망에 올라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유럽이 나눠 갖던 관행대로 라가르드가 차기 총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엊그제 라가르드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날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이른바 브릭스 5개국은 성명을 내어 능력과 개혁의지가 아니라 국적이 결정 요소가 되는 “한물간 관습은 버려야 한다”며 유럽 독식을 비판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총재직을 미국과 유럽이 나눠 갖는 관행이 ‘난센스’라는 얘기는 유럽에서조차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압도적인 구미 우위의 세계경제 현실에서 관행은 별 저항 없이 관철돼왔다. 그런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구미 위주 관행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2008년 금융위기 뒤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신흥국들은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 지원에 훨씬 더 관대한 국제통화기금의 차별적인 자세에 불만을 토로하며 국제통화기금이 ‘유럽통화기금’이냐고 힐난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반발이 아니라 비서구권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경제에서 비중을 크게 키운 최근의 장기추세 변화를 반영한다.
국제통화기금 출자지분에 비례하는 투표권 비율은 유럽연합(EU) 27개국이 30.9%, 미국이 16.7%다. 일본은 6.0%이고 국내총생산 세계 2위가 된 중국은 지분율 4.4%(투표권 비율 3.7%)로 6위다. 브릭스 5개국 전체 지분율이 11% 남짓밖에 안 된다. 현재의 구도에선 유럽 쪽으로 총재직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흥국들의 요구대로 이 편향적인 지배구조는 바뀌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세계 경제구조를 좀더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장래의 변화 방향을 예감하게 하는 신흥국들의 변화 요구가 커진 가운데 치러질 국제통화기금 총재 선출이 한층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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