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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장관 후보들 또다시 임명 강행하나 |
어제 끝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온 ‘이명박표 인사’의 패턴이 하나도 변한 게 없음을 보여준다. 도덕적 흠결투성이의 후보 지명, 요식행위에 그친 인사청문회, 임명을 강행하는 청와대의 오만함 등 진행되는 모습이 판박이로 똑같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가 여권에 던진 교훈이나 성찰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적 하자도 매우 다채롭다. 소망교회 낙하산 논란(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탁 금품수수 의혹(이채필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개각 발표 초기에 제기된 의혹들은 그 뒤 쏟아져 나온 더 큰 의혹들로 빛이 바랠 정도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이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 등 어느 때보다 해당 부처 업무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많은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도덕성 문제를 떠나 이명박 정부 후반기 경제팀 수장으로서 능력과 자격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비춰 낮지 않다”느니 “전체 가계부채의 80% 정도는 고소득층 부채여서 큰 문제가 없다”는 따위의 발언에서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능력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가계부채의 경우 국내 연구기관들은 물론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마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인데도 박 후보자는 천하태평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물가 문제에 대한 박 후보자의 태도 역시 실망스럽다. 그는 “올해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3%를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도 결기도 찾아볼 수 없으니 재정부 장관 후보로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상당수 장관 후보자가 부적격자라는 데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다시 한번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 쇄신파의 선택이다. “청와대 거수기라는 오명을 씻겠다”는 그동안의 다짐이 그냥 말뿐인지 아닌지를 보여줄 시험대 앞에 그들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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